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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7. 21:28
촛불에 놀란 검·경 ‘눈에 불켰다’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05-27 18:10 | 최종수정 2008-05-27 18:10 

ㆍ대검, 공안대책협의회 긴급 소집… 경찰 “주동자 색출·소환” 엄포
ㆍ불법성·배후 입증 어려워 ‘공갈포’ 될듯

검찰과 경찰 수뇌부가 연일 촛불집회에 대해 ‘엄정 대처’와 ‘배후·주동자 색출’을 강조하지만 정작 일선 수사 실무진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맨 앞)가 2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공안대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 남호진기자

검·경은 지난 25일 서울 도심의 가두시위 1차 연행자 36명을 단순가담자로 보고 전원 불구속 입건했다. 엄단 방침과 달리 ‘사법처리 딜레마’에 봉착한 모양새다.

정부의 촛불집회 대응은 나날이 강경해지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촛불시위가 점차 과격해지고 있다”며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촛불시위를 겨냥한 공안대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했다. 박한철 대검 공안부장 주재로 열린 회의엔 경찰청 정보국장·수사국장,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국장 등 공안기관 수뇌부가 참석했다. 공안대책협의회는 2006년 5월 평택 미군기지 이전반대 폭력사태 이후 2년 만에 처음 열렸다. 김경한 법무장관이 전날 “촛불집회가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불법 폭력 집회로 변질되고 있다. 배후 조종자를 끝까지 근절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뒤 하루 만에 이뤄진 후속 조치다.

경찰은 촛불집회 ‘주최 측’으로 지목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 등 5개 단체 10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다음달 2일까지 소환 통보를 받은 단체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2MB 탄핵투쟁 연대,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다함께, 미친소닷넷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검·경의 수사팀은 다소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촛불시위를 불법·과격 집회로 규정한 상층부와 달리 실제 수사팀 내부에선 검·경의 초강수가 ‘공갈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검찰의 수사팀 관계자는 “상부에서는 뭐라도 찾아내라는 분위기지만 실제 수사 기록을 보면 조직화된 불법시위라고 보기 힘들어 마땅히 처벌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오를 지어 행진하는 과거와 달리 이번 집회는 마치 월드컵 뒤풀이 때의 모습처럼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어떻게 배후를 찾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특히 지난 25일 새벽 시위 주도자들을 구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검찰은 연행된 36명 전원이 풀려나자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제출한 기록을 바탕으로 시위 가담 정도를 판단했을 때 주동자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불구속 입건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24~25일 가두 시위로 연행된 68명은 평범한 회사원·학생·자영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전과자는 황우석 사태 시위로 잡혔던 한 명에 불과했다.

검찰은 2006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도중 도로 점거 및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폭력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고 배후 조종자로 볼 만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던 사례와 비교할 때 이번 사안은 경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단순가담자에 해당하는 시위대를 훈방하지 않고 불구속 입건한 것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상층부의 눈치를 본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Posted by 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