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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6. 20:55

유류세 더 내려달라는데 … 정부“세금 낮추면 과소비”
중앙일보  기사전송 2008-05-26 01:54 | 최종수정 2008-05-26 02:57 
[중앙일보 김종윤.손해용] 트럭 한 대로 서울 가락시장에서 전국의 도·소매상에게 과일을 배달하고 생계를 꾸리는 이모(52)씨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경유 값이 치솟아 하루 종일 배달해도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들다”며 “서민 생활비를 줄여주겠다던 정부가 왜 경유에 붙는 세금을 더 낮추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서민들의 불만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답변은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해졌다. ‘경유 값이 오르는 것은 국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 세금을 낮춰도 해결이 안 된다. 세금을 낮추면 에너지 소비만 늘어난다. 그래서 유류세를 내릴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서민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낮추겠다고 거듭 밝혔다. 약속대로 취임하자마자 유류세를 10% 내렸다. 하지만 기름 값이 오르면서 일주일 만에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갔고, 그 이후에도 기름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가 두 배 오를 때 경유 아홉 배 올라=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990년 51.7이었으나 올 4월 108.8로 올랐다. 상승률은 110.4%다. 경유 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803%나 뛰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에너지 세제를 합리화한다며 경유에 붙는 세금을 단계적으로 올렸다. 지난해 7월 마무리한 개편에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비를 100대 85로 정했다. 한때 휘발유 값의 절반에 못 미치던 경유 값을 휘발유의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정부 예상을 깨고 최근 국제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더 뛰면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비가 거의 100대 100이 됐다. 이에 따라 유류세, 특히 경유에 붙는 세금을 낮추거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동대 경영학과 홍창의 교수는 “정부 정책을 믿고 경유차를 사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을 낮춘다고 전체 세수가 크게 주는 것도 아니다. 지난 3월 유류세를 10% 내리면서 정부는 세수가 월평균 1300억원씩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름 값이 뛰면서 부가가치세 수입이 월 485억원씩 늘고 있다. 실제 유류세 감소폭이 예상치의 63%에 그친 것이다. 앞으로 기름 값이 더 오르면 세수 감소 규모는 더 줄어든다. 게다가 올해 전체 세수가 8조원 정도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유류세를 내릴 여력은 있는 셈이다.

◇경유 유류세를 못 내리는 이유는=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반대하고 있다. 재정부는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국내 경유값이 뛴 것으로 본다. 따라서 경유세 인하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낮추면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 에너지 절약정책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또 경유에 붙는 세금이 휘발유에 비해 여전히 적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경유에 붙는 유류세(교통세+주행세+교육세)는 L당 476원으로 휘발유 유류세(L당 670원)보다 194원 싸다. 국제시장에선 경유가 더 비싼데 세금을 낮춰 가격구조를 왜곡하면 경유 소비만 는다는 것이다.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는 “국민이 정부 정책을 따랐다가 피해를 보는 것은 곤란하다”며 “영세 자영업자나 취약 계층에게 에너지 바우처 같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창의 교수는 “경유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게 물가를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Posted by 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