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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6. 20:31
바닥모를 내수 침체…자영업자 “퇴로가 없다”
한겨레  기사전송 2008-05-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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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대료 오른데다 AI·광우병 파동 덮쳐

“음식업 붕괴 직전”…‘문닫는’ 자영업자 속출

# 1 서울 상도동 숭실대 근처에 있는 80평짜리 수퍼마켓을 2년 전 권리금 1억원을 주고 넘겨받은 박아무개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하루 매출이 평균 280만원은 돼야하는데, 250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것을 더는 견디지 못해서였다. 그동안 적자가 쌓여 손실도 컸지만, 권리금 1억원도 고스란히 포기했다.

# 2 남대문에서 아동복 도매업을 하는 한아무개씨도 요즘 가게를 접어야할 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지난해에도 경기는 나빴지만 올해는 더 심해져, 매출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 같은 층에 있는 점포 업주가 밤도망을 쳐서 거래한 사람들의 피해 규모가 3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 3 독산동 시흥대로변에 3층짜리 상가 건물을 갖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건물 1층 65평 점포에서 2003년까지 수타자장면 가게를 운영해오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가 터진 뒤 장사가 잘 되지 않자 업종을 설렁탕집으로 바꿔보았다. 장사는 여전히 신통치 않았다. 이후 화로구이집, 횟집으로 바꿔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쇠고기 전문점을 연 것은 결정타가 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그는 “누가 안정적으로 임대료만 낸다면 권리금 없이 가게를 넘기고 싶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그리고 신용카드 거품이 붕괴로 내수침체가 극에 달한 2003년에 대거 몰락한 바 있다. 98년엔 고용주(종업원 거느린 자영업자)가 25만명 가량 감소하는 등 제법 큰 규모의 자영업자들이, 2003년엔 자영자(종업원을 두고 있지 않은 자영업자)가 10만명 감소하는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시적인 경제충격 탓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임대료가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내수경기 침체가 오래 이어지면서 한 곳에 터를 잡고 탄탄한 경영을 해오던 자영업자들까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조사’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 자영업자의 절반 가량이 속해 있는,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 분야의 근로자외가구 월소득은 2006년 2.57%, 2007년에는 1.47% 증가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 영세 자영업자(자영자)들의 사정은 더 나쁘다.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간 총소득은 2007년까지 최근 4년간 연평균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종사자 수가 늘고 있으므로, 업자 개개인의 소득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창업 컨설팅업체 비즈니스 유엔의 이형석 대표는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가 자영업자들을 더는 견디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손실이 쌓여 문을 닫고 싶어하는 업주가 많지만 점포 권리금을 날리는데다 마땅히 다른 일도 없어 마지못해 가게문을 열고 있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내수 경기가 바닥을 치기를 기다려왔으나 올 들어 내수경기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1분기 가계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고, 실질 소비지출도 1.5% 증가에 그쳤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겪고 있는 음식업종은 거의 붕괴 직전이다.

이병희 서울시 동대문 소상공인 지원센터장은 “과거에는 2천만~3천만원 수준의 자금 마련을 위해 지원센터를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 들어서는 500만원~1천만원을 지원받으려고 센터를 찾는다”며 “사정이 그만큼 급박해져 있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가계 ‘씀씀이’ 줄고…

기름값·사교육비 크게 올라
의료비·외식비 지출 안들어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가계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3.8%)을 뺀 실질증가율은 0.2%에 불과하다.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한계가 있었는지, 소비지출은 5.3%(실질 증가율 1.5%) 늘렸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실질 증가율 5.7%)을 크게 밑도는 가계의 소득과 소비지출 증가율은 내수 경기가 나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가계가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몇몇 항목은 가격이 크게 올라 가계의 부담을 키웠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광열수도비(14%)와 자동차 연료비(11%)의 지출 증가율은 두자릿수에 이른다. 사교육비 지출도 16%나 늘었다. 가계는 그만큼 어딘가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가계가 보건의료비 지출을 줄인 것은 놀랍다. 약제비는 2.3%, 의료서비스 지출은 0.8% 증가에 그쳤다. 병원을 찾는 대신 약을 사먹고, 약을 사먹는 것도 크게 줄였다는 얘기다.

가계의 형편이 이러한데, 외식비 지출이 크게 늘어날 리가 없다. 1분기 가계의 외식비 지출은 4.1% 늘었다. 물가상승률 수준과 거의 비슷하다. 최근 몇년간 가계의 외식비 지출 증가율은 이보다도 훨씬 낮았다. 지난 2006년 1.0%, 2007년 3.7% 각각 늘어났을 뿐이다. 음식업은 외환위기 이후 고학력 조기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뛰어든 업종인데, 2005년 이후 매출 부진이 누적된 상황에서 올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정남구 기자


유통업체도 ‘고전’

편의점 매출 6년째 ‘제자리’
온라인쇼핑몰은 빠른 성장세

500만명에 이르는 도시 자영업주(고용주와 자영자) 가운데 셋 중 하나가 도소매업에 종사한다. 이들 가운데 수퍼마켓이나 구멍가게, 재래시장 업주들은 현대화된 유통업체에 자리를 계속 빼앗겨 왔다. 그렇다면 현대화된 유통업체들은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을까?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수는 2001년말 3870개에서 지난해말 1만1056개로 늘었다. 하지만, 점포당 연간 평균 매출은 같은 기간 5억1천여만원에서 지난해 5억289만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마진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덕우 협회 기획관리팀장은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속에 2001년 30%에 이르던 마진율이 2006년에는 27.2%, 2007년 26.2%로 하락했다”며 “구멍가게 등을 운영하던 분들이 편의점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점포 수가 늘어난 것이지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은 내수 부진 속에 대형 유통업체조차도 업황이 부진하다. 통계청은 전체 소매판매의 20%를 차지하는 대형 소매업체(백화점과 매장 면적 3000㎡ 이상의 대형마트)의 1분기 판매액은 전년동기 대비 8.2% 늘었으나, 점포당 판매액으로 보면 3.4%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들의 활동무대인 주택가 근린상점(기타종합소매점)의 매출 부진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유통업 가운데는 사이버 쇼핑몰과 티브이홈쇼핑 등만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남구 기자

Posted by 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