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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7. 21:10
다저스의 계획과 박찬호의 입지
스포츠서울  기사전송 2008-05-27 16:24 | 최종수정 2008-05-27 16:48 

[스포츠서울닷컴 | 박정환기자] 대타는 야구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포지션 가운데 가장 어려운 직업이다. 한 야구인은 "대타를 꿈꾸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투수를 기준한다면 롱 릴리프가 대타에 준하는 보직이다. 롱 릴리프는 대부분 패전 처리를 겸임한다. 이 역할에 만족하는 선수는 존재치 않는다.

존 맥클라렌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은 "구단 로스터에 변화가 일어날 경우 제일 먼저 손해를 보는 선수가 롱 릴리프"라고 말했다. 시애틀 구단이 백차승을 방출 대기 조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LA 다저스는 최근 기본 연봉 700만달러의 에스테반 로아이사를 방출 대기로 올렸다. 그 역시 롱 릴리프가 주요 임무였다.

◆ 시나리오 변경

로아이사의 방출 대기는 상당한 결단력이 필요했다. 그의 제외는 곧 구단의 선택이 명백한 실패였음을 인정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저스는 예상보다 일찍 로아이사와의 연을 끊었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박찬호(35)다. 유사한 보직과 포지셔닝의 박찬호는 구단의 기대치를 완벽히 충족시키고 있다.

그 기대란 선발 박찬호가 아닌 롱 릴리프로서의 박찬호다. 다저스가 로아이사를 버린 배경에는 시즌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박찬호를 롱 릴리프로 고정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8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 선발 투수였던 박찬호의 다음 등판은 9일 후였다. 박찬호는 2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1회를 던졌다.

다저스 선발진은 한시적으로 요통을 겪었다. 에이스 브래드 페니가 팔 근육통을 호소하며 3경기 방어율이 11점대에 이르렀고 2선발 데릭 로우 또한 5경기 방어율 8.54로 부진했다. 4인 로테이션으로 인한 체력 부담 증가와 불펜진까지 과부하 조짐을 띄자 조 토리 감독은 투수진 재정비 문제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부터 토리 감독은 구단 전화기와 개인 핸드폰을 통해 항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구단 최고의 투수 유망주 클레이튼 커쇼(20)의 상태 보고였다. 다저스는 제이슨 슈미트가 복귀하기 전까지 5선발을 임시직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투수진의 상황이 토리 감독의 구상과 어긋난 양상을 보여 결국 메스를 들어야 했다.

기존의 시나리오는 10일에 한 번 정도 5선발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18일 에인절스전처럼 박찬호와 궈홍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운영 형태를 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다소의 결함이 발견된 분위기에서 2명의 롱 릴리프 투수를 하루 올인 작전으로 허비한다는 것은 사치스런 복안으로 바뀐 셈이 됐다.

아울러 토리 감독은 애초에 박찬호나 궈홍치 혹은 로아이사를 선발 후보로 고려치 않았다. 이들은 롱 릴리프가 주인 '임시 선발 후보'였을 뿐이다. 슈미트가 돌아오면 어차피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렇기에 혼란을 주기보다는 투수진의 사정도 고려해 아예 롱 릴리프로 못 박고 다른 임시 선발을 쓰면 간단한 일이었다.

그런 연유로 결정된 선수가 신예 커쇼다. 커쇼는 2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6이닝 5피안타 1볼넷 2실점 7탈삼진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최고 150 km/h 후반대의 강속구와 폭포수 커브는 토리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커쇼의 가세로 다저스는 5인 로테이션이 됐다. 박찬호는 불펜 대기조다.

◆ 다저스의 계획

2006년 시즌 종료 뒤 3년 47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제이슨 슈미트는 다저스가 어떻게든 안고 가야 하는 선수다. 슈미트는 6월 중순을 전후한 시점에서 복귀가 예상되고 있다. 27일 캘리포니아 리그 하이 싱글 A 소속으로 3번째 등판을 치른 슈미트는 6⅔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방어율 2.70을 기록 중이다.

커쇼는 3∼4경기 더 선발 출장이 가능하다. 송재우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올해는 커쇼에게 빅리그의 맛을 경험시키는 시즌"이라고 말했다. 슈미트가 준비된다면 커쇼와의 자연스런 교체가 확률 높은 수순이다. 이 경우 선발 로테이션은 '페니·로우·채드 빌링슬리·구로다 히로키·슈미트'로 올 시즌 전 구상과 일치한다.

커쇼는 선발이 아닌 입장에서 로스터에 잔류한다면 같은 좌완 투수인 궈홍치와 중복이 된다. 일단 다저스로서는 잠재력을 확인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타이밍상 완벽한 준비를 갖춘 다음 승격 때를 선발 커쇼가 클 수 있는 최적의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변수가 발생치 않는 이상 변동 사항이 없을 '대승적인 계획'이다.

냉정히 말하면 박찬호는 대승적인 계획에서 제외된 선수다. 로아이사의 방출 대기와 커쇼의 메이저리그 승격으로 토리 감독의 의중은 확실해졌다. 그리고 이는 다저스 구단 시각에서 볼 때 문제가 없는 선택이다. 그것이 박찬호를 영입한 원초적인 목적이고 박찬호 또한 다저스가 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송 위원은 "트레이드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박찬호는 계약상 그런 권리 자체가 없다. 실행에 옮긴다면 감정적 호소에 불과하다. 몸값이 낮고 활용의 범위도 넓은 박찬호를 풀어줄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선발 박찬호의 재기 여부는 아직 유효하다. 전제는 다저스를 떠난 후다. 자발적인 방법으로는 힘들어진 올해다.

Posted by 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