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씨는 ℓ당 경유 값이 2000원을 넘고 급기야 휘발유 값보다 비싸지자 아예 운전대를 놔버렸다. 지난 3월16일 ℓ당 1436원이던 경유값이 2개월 뒤인 지난 17일에는 ℓ당 1695원. 한 달 평균 유류비가 10만원이나 뛴 것도 모자라 ℓ당 2000원에 기름을 넣어야 한다니 운전하기가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차라리 ‘휘발유’ 소형 중고차를 구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쉽지가 않다. 경차 중고매물 품귀 현상으로 탈 만한 차를 구할 수도 없거니와 올해 초 70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중고차 ‘아토스’가 지금은 200만원을 줘도 살 수가 없는 것. 정씨는 “승차감이나 소음 등 휘발유 차보다 안 좋았지만 기름 값이 싸다는 생각에 경유차를 택했다”면서 “경유값이 너무 비싸 중고차를 사려고 하는데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맞벌이 부부인 박모씨(37)는 아내의 직장 근처인 경기 시흥으로 2년 전 이사를 했다. 그의 출퇴근 거리는 거래처가 있는 과천을 거쳐 서울 종로에 위치한 회사까지 100㎞에 달한다. 대중교통 편이 부족한 만큼 이사와 함께 ‘세라토’ 경유차를 뽑았다. 차 값은 같은 모델의 휘발유차보다 250만원이나 비쌌지만 기름 값이 싸고 연비도 좋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차를 구입할 당시 5만원이면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기름이 지금은 7만원어치를 넣어도 가득 찰까 말까 한다. 박씨는 “최근 시흥의 집 값이 크게 뛰면서 전세금 3000만원을 올려줬는데 경유값까지 오르고 있으니 서민들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